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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프로야구(KBO) 한화 이글스(한화)가 또 졌다. 17일 LG와의 경기에서 0-6에서 4-6까지 따라잡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13경기를 마친 한화는 2승 11패로 승률이 1할 대인 리그 최하위다. 1위 두산과 9위 기아의 승차가 4경기로 촘촘한데 반해 9위-10위의 승차는 3.5경기 난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우승 후보로까지 평가받던 한화이기에 지금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한화를 보면서 우려스러운 점은 경기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14일과 15일,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와의 맞대결에서 총체적 문제를 노출했다. 2-17, 2-18로 지면서 마운드가 초토화되었고 연이은 실책과 투지 없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프로팀의 자격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한화의 시즌 초 부진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부분이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와 안영명, 이태양 등 선발이 가능한 투수들과 전천 후 활약을 할 수 있는 심수창, 배영수 등이 모두 1군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66으로 필승조 역할을 했던 윤규진은 지난 16일에야 1군에 복귀했다. 이런 탓에 한화 김성근 감독은 시즌 전부터 4월엔 한 경기에 투수 5 ~6명을 기용하는 '벌떼 야구'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타선에서는 돌아올 지원군이 없다. 지난 12일 대전 두산전에서 베이스러닝 도중 왼쪽 종아리 부상을 당한 포수 조인성 정도가 전부다. 사실상 풀 전력인 상황에서 득점권 빈타로 잔류가 많은 상황이 언제 해결될지가 관건이다.

  선수가 없다는 말은 한화에게는 적용되기 힘들다. 최근 하위권에 머물면서 하위권에게 우선순위가 돌아가는 드래프트에서 수년간 좋은 선수를 먼저 뽑아갔고 최근 3년 간 500억이 넘는 돈을 투자하며 선수 영입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도 올 시즌 한화의 상위권을 예상한 것이다.

  한화 야구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제 한화 야구에 대한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부상 선수가 돌아오거나 부진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답이 아닐지 모른다.

 

 

 

 



1. 퀵 후크, 선발 투수는 첫 번째 나오는 투수일 뿐?

  한화는 3 실점 이하 선발 투수가 6회를 마치기 이전에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퀵후크가 너무 많다. 잘 운용된다면 승부수가 될 수 있지만 한화에게는 무리수로 보인다. 한화는 선발 투수를 1회에도 바꿔 버린다. 이런 것이 자주 발생하면 불펜 투수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왠만하여서는 선발투수에게 5이닝 이상을 보장해 주는 것이 현대 야구의 분업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선발 투수가 가질 수 있는 책임감도 없어질 위험이 있다. 선발 투수라면 아무리 안 좋더라도 이닝을 길게 끌고 가야 한다는 의무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위해서 강약 조절 능력도 키우기 마련인데 한화에서는 조금만 흔들려도 교체될 거라는 불안감이 커서 길게 내다볼 수 있는 시야를 갖기 힘들다.

  작년 퀵후크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선수는 권혁이다. 권혁은 팀의 승패와 관계없이 승부처마다 등판했다. 방어율은 4.98로 아쉬웠지만 불펜 최고 이닝인 무려 112이닝을 소화했다. 선발을 조기에 내리면서 송창식과 박정진도 각각 109와 96이닝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화에게 선발 투수는 첫 번째 나오는 투수일 뿐이고 소모품처럼 쓰이고 있다.


2. 강한 훈련, 선수들은 준비되어 있는가?

  김성근 감독의 훈련 방식은 유명하다. 특타, 펑고, 러닝을 선수들에게 강하게 시킨다. 지구력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근력 운동에 취약하다. 타격 부진을 겪는 선수에게는 경기 후 어김없이 특타를 지시하고 수비 실책을 범하는 선수에게는 야간 펑고 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히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버텨내기 어렵다.

  그러나 계속되는 훈련에도 한화의 타격과 수비 기본기는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인다. 더욱이 부상자까지 속출하며 훈련 방식에 대해 의문 부호만 늘었다. 144경기 체제 속에서 강한 훈련으로 선수들의 체력이 빨리 소진되면서 실책이 잦고 웨이트 트레이닝 부족으로 부상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 다시 쌓여가는 패배의식, 선수-감독 간 신뢰는 여전할까?

  2015년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 부임하면서 모두가 성적 향상을 기대했다. 김성근 감독은 역대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에서 모두 팀을 4강에 올려놓았었다. 1984년 OB는 3위, 1989년 태평양 3위, 1991년 삼성 3위, 1996년 쌍방울은 2위, 2002년 LG는 4위였고 2007년 SK는 정규시즌 1위, 포스트시즌 우승이란 위엄을 보여줬다.

  2015년 한화는 아쉽게 6위에 그쳤지만 2009년부터 6년간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물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상승한 것임엔 분명했다. 그렇다면 패배의식이 사라지고 선수와 감독 간의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 좋은 성적 속에서도 김성근 감독의 훈련 방식이나 선수 기용 방식에 대해 논란은 계속 있어 왔었다.

  이번 시즌에는 출발부터 삐그덕거리며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선수-감독 간의 신뢰에 금이 갈 우려가 생겼다. 지난해 무리한 선수 운용이 이번 시즌 화를 초래한 것이란 분위기가 선수단에 감돌면 감독에 대한 불만으로 번질 수 있다.

 

 



  작년 한화는 가장 큰 화제 거리를 만든 팀 중 하나였다. 강한 투지가 빛을 발하며 짜릿한 역전승 경기가 많아 중독성이 강한 야구를 뜻하는 '마리한화'(마약 마리화나와 한화 이글스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올 시즌 역시 한화는 많은 기사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김성근 감독을 향하고 있다. 프로야구팀에서 감독의 역할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감독이 화제의 중심에 있어서는 안된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선수들이어야 한다. 지금 한화는 감독이 너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 어떤 선수도 감독 위에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김성근의 한화가 아닌 한화의 김성근이어야 한다.

  이제는 감독이 변해야 한다. 상식적인 선수 운용과 코치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한화 고바야시 세이지 투수 코치가 팀 마운드 운영에 반대 입장과 쓴소리를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간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2007년 두산 베어스는 시즌 첫 10패의 불명예를 안았지만 정규 시즌 2위라는 성과를 얻었다. 한화 역시 지금도 늦지 않았다. 팀을 빠르게 추스른다면 의미 있는 순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한화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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