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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0년대 아이돌 그룹인 H.O.T, S.E.S, 핑클, 신화, GOD 등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들의 새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음반 가게에 들려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카세트 테이프를 구입하곤 했다. 그때 그 추억이 책 <아름다운 사표>를 구입하면서 문득 떠올랐다. 이웃 블로거 남시언의 출간 소식을 듣고 출간일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출간 예정일인 11월 17일이 되었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이 되지 않자 살짝 초조한 마음도 들었다. 단지 21일부터 시행되는 '도서 정가제' 때문 만은 아니었다. 책 제목 <아름다운 사표>가 전하는 묘한 감정이 나를 재빨리 움직이게 만들었다. 28일이 되어서야 책을 받아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묘함은 강한 울림으로 바뀌었고 책 <아름다운 사표>가 지금 우리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를 밖으로 꺼내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드라마 <미생>을 즐겨 본다. 월급쟁이들의 삶을 조금의 과장이나 부족함 없이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마치 나의 모습을 찍은 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장면이 한 두개가 아니다. 주인공은 '장그래'라는 인물로 대기업의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졸에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들다는 모습의 '장그래'가 고군 분투하는 모습은 정말 처절하다. 그것은 온갖 무시와 핍박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사회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이다. '장그래'의 모습에서 행복함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시선도 영향을 미친다. 청년 실업의 급증 속에서 '88만원 세대' 1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는 요즈음 현실에는 이처럼 취업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2
"취업 축하해! 이제 너 좋다는 여자들이 줄을 잇겠는데?"
나의 취업 소식을 주변 친구들에게 알리니 제일 먼저 튀어나온 반응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그들의 말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다. 화려한 겉모습이 마치 전부인양 생각하는 태도 때문에 발생한 잘못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와 같은 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자기 방식대로 판단하는 우를 범한다. 취업의 문턱을 밟기 위해 세상에 있는 스펙은 모두 쌓으려는 사람이 넘쳐나는 가운데 책 <아름다운 사표>의 저자는 스스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책을 절반 넘게 읽고서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제 정신인건가? 힘든건 알겠는데 무슨 배짱으로 사표까지? 부서를 옮겨 볼 수도 있는데 노력도 않고 너무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닌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려고 하나? 등등. 나 또한 일반적인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음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 생각이 짧았다. 저자는 사표를 내고도 충분히 바쁘게 잘 살고 있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근 10년 만에 농구공을 다시 잡고 스포츠를 즐기고 꼭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미뤘던 자격증도 취득했으며 쌓여있던 책들도 틈나는 대로 읽을 뿐 아니라 요리를 만들며 해프닝을 만들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담소도 나눈다. 힙합과 랩을 좋아해서 음악을 다시 시작했고 길거리 공연도 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물총 싸움 행사를 작게 열어 추진도 했다. 저자는 흔히 알고 있는 백수와는 거리가 먼 듯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며 '사표를 낸 것을 후회하냐?'는 질문은 바보같은 것일지 모른다.
때마침 얼마전, 나와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12월에 사표를 쓴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다. 매일 밤 늦게 퇴근하고 주말도 없는 자신의 삶을 바꿔보려는 움직임, 직장인 모두가 바라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힘든 그것을 하려는 것 뿐이었다. 그는 '좀 더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 책 <아름다운 사표>의 저자와 같았다. 단지 이들 뿐일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딱 들어맞았다.
책 <아름다운 사표>를 손에 넣은 후 처음에는 읽기가 겁이 났다. 혹시나 이 책을 읽고 '나도 사표를 던지게 되면 어떡할까?' 책을 아무 곳에서나 꺼내어 놓는 것도 망설여졌다. 내가 사표를 쓰려고 하고 회사에 적응하지도 못하는 부적응자로 볼 것에 대한 두려움 탓이다. 마치 성인 잡지를 보듯 숨겨가며 보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힘든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의 선택지에 사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이 책은 사표를 무조건적으로 권하고 있지 않다. 사표를 내던지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것들을 책 속에서 충분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 모두가 저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 사표를 쓰라는 것 보다는 직장에서의 각자의 모습을 한번쯤 되돌아 보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이것이 책 <아름다운 사표>의 진정한 가치이다. 중요한 또 하나, 이 책에 따르면 남들 시선을 여전히 신경 쓰는 나는 현재로선 사표를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임을 확인하였다. 나 또한 언젠가는 사표를 쓸 날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버틸 때까지 버티고 바꿀 수 있을 때까지 바꾸려는 노력을 한 뒤에도 여전히 행복하지 못한 순간이 지속된다면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예측 불허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차원쯤이랄까. 아직은 직장이라는 공간에 적응해 가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책 <아름다운 사표>는 사표를 쓴 경험을 이야기할 뿐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드라마 <미생>의 돌풍 속에 누군가는 사원증을 걸기 위해 노력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며 사표를 쓰는 시대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분명한 것은 이 모두가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모습이고 그 누구도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다를 뿐이다. 자신이 꿈꾸는 삶의 원칙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남을 따라하지 말자.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책 <아름다운 사표>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당연한 가치들이지만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각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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