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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3일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둔 LG트윈스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김기태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날 감독이 결장하는 것은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다. 역시나 이 날 경기가 끝나고 LG트윈스 구단은 "김기태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 당분간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을 예정"이라는 충격적 발표를 했다.

 

 

 


  김기태 감독은 2011년 10월에 LG트윈스 10대 감독으로 취임하여 '형님 리더십'이라 불리며 모래알 같은 팀의 조직력을 단단히 만들었다. 특히 작년 시즌에는 LG트윈스를 11년 만에 4강에 올려놓으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23일 경기까지 LG트윈스의 성적은 4승 1무 13패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김기태 감독의 사태 배경은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LG트윈스 구단은 "김기태 감독이 지금이라도 돌아온다면 환영이다."는 말을 통해 어떠한 압박에 의해서 보다는 자진해서 한 결정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성적 부진에 따른 사퇴인데 팀당 128경기를 펼치는 프로야구 시즌을 본다면 아직은 시즌 초반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렇기에 김기태 감독이 아무리 체면과 자존심을 중시한다지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퇴 이유가 어떻든간에 이번 김기태 감독의 사퇴는 참으로 씁쓸하다. 리더 다운 리더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이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김기태 감독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져버린 것이다. 작년 2013 시즌이 끝난 뒤에 다른 팀들의 감독과 마찬가지로 김기태 감독은 팀을 정비하고 2014 시즌을 구상했을 것이다. 이에 맞춰 코칭스태프들을 비롯해 선수들도 시즌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선수들은 감독을 믿고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런데 감독의 사퇴로 선수들은 의지할 곳을 잃게 된 셈이다.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말해주듯 LG트윈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김기태 감독의 사퇴가 발표된 23일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보고싶습니다... 감독님...'이라는 글을 남겼고 배테랑 외야수 이병규는 24일 경기에 김기태 감독의 등번호 91번을 헬맷에 새기고 경기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사실 좋은 리더의 부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몇 해전, 대한민국에는 일명 '청춘 열풍'이 불었다. 김난도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이 청춘들의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이다. 청춘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나타내는 동시에 현실에는 없는 멘토(리더)를 책에서라도 찾고자 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얼마전 있었던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도 우리는 실망스런 리더의 모습을 보았다. 선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 승객들을 버리고 자신만 살고자 배에서 제일 먼저 뛰쳐 나왔다. 배가 기울고 있는 위기 상황에 '구명정을 입고 바다에 얼릉 뛰어 내리라'는 말 대신에 '객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어이없는 방송으로 사고를 더욱 키웠다. 세월호 탑승자 중에는 안산 단원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말 잘 들은 학생들만 화를 당한 것이다. 무능한 리더를 만난 댓가는 너무도 잔인했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우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개인이 잘 하려면, 조직이 잘 되려면, 국민들의 행복이 만들어지려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변을 둘러보자. 올바른 리더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지금 리더가 고픈 시대에 살고 있다.

 

* 세월호 희생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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