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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봉사활동의 후유증

쭈니러스 2014. 4. 3. 09:05

  지난주 수요일, 회사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석을 했다. 회사 차원의 봉사 프로그램은 꾸준히 있었지만 내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참석한 봉사 프로그램은 지역 아동 센터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초등학생들이었는데 처음 보는 아이들과의 만남이라 그런지 참으로 어색했다. 어쩔줄 몰라하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어쩜 그리 무관심 하기만 한지 ...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놀기 바쁘다. 역시 어렸을 때는 걱정이 없는 게 맞는것 같다.

 

  이 날은 야외활동의 일환으로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열리는 '와일드라이프 사진전 & 증강현실체험전'에 아이들을 인솔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이들 12명에 나와 같은 봉사자도 12명이라 1:1 매칭이 가능했다. 나와 함께 한 아이는 11살의 '수성'이란 아이였다. 남자 아이라서 그런지 장난끼가 넘쳤다.

 

 

  봉사활동이었지만 사실 내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으로의 이동은 전세 버스를 탔기에 운전사의 몫이 컸다. 전시장 내에서는 큐레이터들이 있어 아이들에게 작품 설명을 아주 재미있게 해주었다. 다소 손쉬운 봉사활동이었다.

 

  1시간 가량 전시장에 머물었다. 원래는 아이들을 다시 아동 센터까지 데려다 줘야 하지만 아동 센터는 용인이었기에 집이 서울인 봉사자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시간이 오후 4시 30분쯤이었네요.

 

  그런데 그날 따라 날씨가 참 좋았다. 따가운 햇볕은 아니었지만 모처럼 포근한 날씨에 긴 팔이 약간은 불편하게 느껴진 날이었다. 그래서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3호선 녹번역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5호선 광화문역에서 3호선 경복궁역까지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가끔 지하철 1-2 정거장은 걷기에 이 정도쯤은 금방이었다. 10여 분 만에 도착을 했다.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그 생각이 문제였다. 나는 무모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집까지 걸어가자!' 경복궁역에서 집까지는 4 정거장. 지하철로는 10분도 안 되는 거리였다.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날씨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지하철을 따라 걷다가 힘들면 지하철을 타자'는 생각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거리에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그럴 만한 것들도 없었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크게 흥얼거려도 될 정도였다. 가는 길에 터널 하나가 있었다. 뭔가 찜찜했다. 먼지가 많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인도와 차도를 막는 가림막은 있었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지하철로 갈 때는 몰랐는데 1 정거장이 꽤나 멀었다. 독립문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리가 아파왔다. 벌써 후회가 됐다. 그러나 멈추기엔 너무 아까웠다. 끝까지 걸었고 오랜 시간 끝에 집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가 조금 넘어가 있었다. 뒤늦게 인터넷 지도를 확인해 보니 5.7km였다.

 

 

  생각보다 거리가 짧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평지가 아니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목적지에는 도착했지만 나는 완전히 지쳐있었다. 피곤한 탓에 평소보다 이른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문제는 다음 날 발생했다. 다리가 아픈 것은 둘째 치고 머리가 아파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득 생각난건 '미세 먼지'. 이 외에는 적당한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거의 이틀 동안 계속 머리가 아파왔다.

 

  정말 짜증났다. 서울에서 마음껏 산책 할 수 없는 환경이란 것이 씁쓸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야외 활동을 오래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활동의 후유증이 엉뚱한 곳에서 피어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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