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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방송국 시상식 시즌이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든 올해도 KBS가 연예대상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어제(12월 21일) 열렸던 2013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김준호에게 돌아갔다. 다른 대상 후보자인 이경규, 강호동, 이영자, 신동엽, 유재석을 물리친 셈이다.

 

 사실 김준호의 대상 수상은 어느정도 예측된 결과이다. KBS 간판 개그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를 수년 째 지키고 있고 현대 문명의 혜택 없이 지내는 일주일을 그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도 출연하며 일상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1박 2일 시즌3'의 멤버로도 캐스팅되며 올한해 KBS에 많은 기여를 한 개그맨 중 하나이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대상을 배출한 것은 2003년 박준형 이후로 10년 만이다. 그런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시점이 다소 의외다. '개그콘서트'는 전성기 시절 시청률 30%를 넘겼고 20% 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했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올 한해 그 위상이 점차 줄어들며 10%대로 내려앉았다. 물론 여전히 주간 예능 상위권을 차지하곤 있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KBS는 그동안 연말 시상식에서 '개그콘서트'를 홀대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특히 4년동안 방송하며 고생한 '개그콘서트-달인'의 김병만에게 끝내 대상을 안겨주지 않았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쟁자들이 그리 강력해 보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경규의 경우는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으로 이미 2010년 대상을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남자의 자격'의 인기는 내림세를 거듭했고 올 4월 종영에 이르고 말았다. 강호동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올 1월 야심차게 시작한 '달빛 프린스'는 8회만에 막을 내렸고 이어 시작한 '우리동네 예체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파급력을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다. '안녕하세요'와 '불후의 명곡을 잘 이끌고 있는 신동엽의 경우는 작년에 대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올 해 가능성이 낮았고 '안녕하세요'로 작년 <쇼 오락 최우수상(여자)>을 받은 이영자는 작년보다 더 뛰어난 활약이 올해 있었다고 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1명. 유재석. 그는 대상 수상자로서 불가능 했던 것일까? 사실 유재석은 KBS에서 '해피투게더 시즌3' 단 1 프로그램만을 하고 있다. 그마저 10%를 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상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각을 바꿔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재석은 '해피투게더 시즌3'를 6년 넘게 이끌고 있다. '해피투게더 시즌1-쟁반노래방'부터 본다면 2005년부터 8-9년 가까이 KBS 목요일 밤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유재석에게 KBS가 주어준 공식적인 상은 2005년 대상 이후로 전혀 없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연말 시상식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대상 격의 후보자들은 대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 무관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보통의 경우라면 납득되는 관행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 때무에 유재석은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수년 째 '국민 MC'라는 칭호를 받으며 최정상급을 유지하는 탓에 최우수상에는 후보조차 없는 '영원한 대상 후보'에 그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방송사 연말 시상식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한 해동안 자사의 프로그램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안기는 것이기에 유재석 같은 사람에게는 거의 매년 주어야 맞는 것이다.

 

 휴대전화 보조금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들썩거릴 때마다 우리는 국내 통신 업계들을 비난하고 나선다. 특히, 한 통신사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고객은 홀대시하고 신규 고객만을 유치하려는 통신사들의 행태가 못마땅한 부분이다. 유재석 또한 KBS에게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 아닐까? 항상 곁에 있는 것에는 그 소중함을 못 느낄 때가 있다. 8년 간 이어온 MBC '놀러와'의 폐지 때도 그랬다. KBS가 유재석을 잃기 전에 내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2013 연예대상 틈새 시상식의 먹방상 같은거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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