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누구나 산타의 존재를 믿던 시절이 있다. 현실적인 사람인 나조차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산타의 존재를 철썩 같이 믿어버렸었다. 산타 덕분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참 행복했었다. 늘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엄마, 아빠의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도 모른 채) 최대한 비싼 선물을 말했던 것 같다. 그때는 가장 비싼 물건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때니까.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 맡에 내가 원하던 선물이 없으면 왜 그리 서러웠는지…… 내가 정말 올 한해 착한 일을 한 것이 없는지 하소연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우연히 TV 아래 장식장을 열었는데 포장지에 쌓인 무언가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날 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았다. 지금껏 부모님이 왜 그리 열심히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갖고 싶은 지를 나에게 물었는지 말이다. 순간 존재하지 않던 산타를 향한 배신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2-
초등학생 때까지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것이 나에겐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매일 만나는 같은 반 친구들끼리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았을까. 아니, 사실 그 안의 내용은 별거 없다. 뻔한 안부 인사와 'Merry Christmas'를 적어 넣으면 남은 공간도 별로 없다. 간혹 몇 명에게는 깨알 같은 크기의 1-2 문장이 더 추가될 뿐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매년 카드를 서로 주고 받았다. 아마 그건 '난 너의 소중한 친구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대신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지금은 이럴 일이 거의 없다. 문자로라도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한다면 양호한 것이다. 특히나 남자들끼리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는다면 '미쳤냐'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물론 직장인이라면 같은 거래처 사람들에게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무지 초등학생 때 친구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의 느낌이 아니다.
-3-
어릴 적엔 12월만 되면 우리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곤 했었다. 매년 같은 재료로 꾸미는 것인데 늘 즐겁고 새로웠다. 모두 완성되고 반짝 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 비록 집 안의 모습이지만 당시의 나에겐 세상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조차 귀찮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놓을 공간도 사실 없다.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TV나 거리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매일 반짝거리는 거리를 걷다가 12월에 트리 장식이 반짝거린다고 하여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 화려한 것들은 나의 일상과는 어느덧 먼 것이 되어 버렸다.
-#-
산타를 믿었던 나의 동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때 특별히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없다. 크리스마스는 그냥 쉬는 날일 뿐이다. 그런데 가끔 떠오른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설레였던 많은 일들 말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산타의 존재를 믿게 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가 코 앞입니다. 멋진 크리스마스에 대한 계획들 세우고 계신가요? 크리스마스에 떠오르는 여러분의 기억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에세이/연재글 > 당신에게 묻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번째 물음]내가 좋아하는 것들 (50) | 2014.01.13 |
---|---|
[14번째 물음] 새해에 하는 흔한 약속들 (50) | 2014.01.06 |
[12번째 물음] 타인의 아름다움 (40) | 2013.12.18 |
[11번째 물음] 군 입대 장려의 글 (48) | 2013.12.10 |
[10번째 물음] 과학 기술의 발전 (18) | 2013.12.03 |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 | 남시언의 문화지식탐험
- :: 빨간꿈을꾸다 ::
- 먹는 언니의 FoodPlay
- 주저리 주저리 by Blueman
- 에스델의 마음이 행복한 오늘
- | : Life is Travel : Enjoi you…
- 명태랑 짜오기
- ILoveCinemusic의 영화이야기
- 마음을 위한 레시피, 소울푸드
- 블로거팁닷컴
- 열매맺는나무 Fruitfulife
- 벙커쟁이의 세상사는 이야기
- 잡다한 세상
- 백전백승
- Julian's Time Cafe
- 평범남, 사랑을 공부하다.
- TV EXCITING
- 바람에 실려
- Oppportunity to overtake..
- atope's Diary
- 악랄가츠의 리얼로그
- 김치군의 '내 여행은 여전히 ~ing'
- 트레이너강 휘트니스월드
- 회사를 때려치지 않아도 회사생활이 유쾌해지는 ㅇㅈㅇ연구…
- Dream, Journey, Love
- 세컨드 브레인 연구소(Second Brain Lab)
- 여리's 정보공유
- 여행쟁이 김군
- 대명리조트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 트레이너강 휘트니스월드
- ONLIVING TV
- 김치군의 '내 여행은 여전히 ~ing'
- 승도리즘 :-)
- 정철상의 커리어노트
- 트레이너강 휘트니스월드
- 자기관리 중독자의 일상
- 자기관리 중독자의 일상
- ▷lAngmA◁의 Languagescope! -Engl…
-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 이것저것 세상보기
- Think Different
- 설리아닷컴
- 벙커쟁이의 세상사는 이야기
- miN's 세상 정보 공유하기
- 상상력 속의 마천루!
- 멀티라이터의 블로그
- 블로거팁닷컴
- 무한의 노멀로그
- 하늘다래, 세상을 바라보다
- 얼음 속에서 꽃을 피우는 꽃씨
- 느낌 아니까
- 핑구야 날자의 IT와 일상
- 라이너스의 구름 밑 장난감 마을...
- 다비의 라이프 엔 스타일
- 서울갈매기의 낙서장
- 듀오 愛(애)피소드
- JK Soul's 필름 매거진 (Film Magazin…
- 소셜스토리
- :: 붕어IQ의 세상사는 이야기 ::
- Company@J_IT
- 귀여운걸의 리뷰스토리
-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 Ideal Planet
- INFORMATION FACTORY
- 포투의 기사 연예섹션
-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
- 야구도락
- 야구로 보는 세상 이야기
- :요롱이의 이러쿵저러쿵:
TAG
- 김연아
- 노르웨이
- 티스토리 초대장
- 영화
- 덴마크
- 포스팅
- 사진
- 에세이
- 박지성
- 컴백
- 재테크
- 명언
- 도전
- 세월호
- 길벗
- 무한도전
- 음악
- It
- 4월
- 책
- 블로그
- 스포츠
-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
- 뮤직비디오
- 리뷰
- 여행
- 북유럽
- 이슈
- 방문자수
- 프로야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