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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산타의 존재를 믿던 시절이 있다. 현실적인 사람인 나조차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산타의 존재를 철썩 같이 믿어버렸었다. 산타 덕분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참 행복했었다. 늘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엄마, 아빠의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도 모른 채) 최대한 비싼 선물을 말했던 것 같다. 그때는 가장 비싼 물건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때니까.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 맡에 내가 원하던 선물이 없으면 왜 그리 서러웠는지…… 내가 정말 올 한해 착한 일을 한 것이 없는지 하소연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우연히 TV 아래 장식장을 열었는데 포장지에 쌓인 무언가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날 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았다. 지금껏 부모님이 왜 그리 열심히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갖고 싶은 지를 나에게 물었는지 말이다. 순간 존재하지 않던 산타를 향한 배신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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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때까지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것이 나에겐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매일 만나는 같은 반 친구들끼리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았을까. 아니, 사실 그 안의 내용은 별거 없다. 뻔한 안부 인사와 'Merry Christmas'를 적어 넣으면 남은 공간도 별로 없다. 간혹 몇 명에게는 깨알 같은 크기의 1-2 문장이 더 추가될 뿐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매년 카드를 서로 주고 받았다. 아마 그건 '난 너의 소중한 친구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대신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물론 지금은 이럴 일이 거의 없다. 문자로라도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한다면 양호한 것이다. 특히나 남자들끼리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는다면 '미쳤냐'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물론 직장인이라면 같은 거래처 사람들에게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무지 초등학생 때 친구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의 느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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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엔 12월만 되면 우리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곤 했었다. 매년 같은 재료로 꾸미는 것인데 늘 즐겁고 새로웠다. 모두 완성되고 반짝 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 비록 집 안의 모습이지만 당시의 나에겐 세상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조차 귀찮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놓을 공간도 사실 없다.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TV나 거리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매일 반짝거리는 거리를 걷다가 12월에 트리 장식이 반짝거린다고 하여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 화려한 것들은 나의 일상과는 어느덧 먼 것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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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를 믿었던 나의 동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때 특별히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없다. 크리스마스는 그냥 쉬는 날일 뿐이다. 그런데 가끔 떠오른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설레였던 많은 일들 말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산타의 존재를 믿게 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가 코 앞입니다. 멋진 크리스마스에 대한 계획들 세우고 계신가요? 크리스마스에 떠오르는 여러분의 기억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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