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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 내에는 조그만 교회가 있었다. 그곳에 처음 발을 담그고 몇 번 다녔는데 별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여름 방학 동안 교회에서 추진하는 단기간의 성경 교육 프로그램인 '여름 성경 학교' 기간만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교육의 일환이지만 이 기간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열심히 참여하면 '달란트'(고대 서아시와 그리스에서 사용한 질량과 화폐의 단위)라는 것을 주는데 이것을 모으면 '여름 성경 학교' 마지막 날에 먹을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신났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기간 외에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보다는 일요일에 늦잠을 자거나 TV에서 하는 '디즈니 만화 동산'을 보는 게 더 좋았다. 이 탓에 중학생 이후에는 한번도 교회를 간 적이 없다.

 

 


 

 

  어릴 적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성당도 딱 1번 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기억이 별로 좋지 못했다. 교회와 다르게 앉았다 일어났다 해야만 하는 게 너무 귀찮았다. 이 탓에 나는 다시는 성당에 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그런데 나는 군대에서 다시 매주 성당을 갔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에 굳이 성당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어머니가 잠깐이나마 다녔던 곳이었기에 외로운 군대에서 그 숨결을 느끼고 싶었고 기독교의 시끌 벅쩍한 분위기가 별로였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는 개신교 등의 교파가 많은데 이 중 '사이비 종교'의 불법적인 모습을 TV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본 탓에 안 좋은 시선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지하철 같은 곳에서 전도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별로 안 좋게 보였다. (모든 기독교가 실제로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니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

  군대 생활에서 성당을 가는 시간은 마음의 힐링을 할 수 유일한 통로였다. 여전히 일요일 오전에 종교 활동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귀찮았지만 계속 다녔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도를 통해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원하는 것을 빌기도 하였다. 답답한 공간에서 찬송가지만 목청껏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군대 내 성당에서 세례(그리스도교에서 정식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요한 의식)를 받아 '스테파노'라는 세례명까지 얻은 나는 제대 후에도 계속 성당을 다니기 위해 집 근처 성당을 찾았다. 그런데 같이 다니는 친구도 없고 주변 환경도 바뀌니 예전만큼의 동기가 부여되지 않았다. 결국 바쁘다는 핑계로 성당과 멀리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종교에 대한 믿음이 크지 못했다. 이것은 이상보다 현실을 지향하는 내 성격과 맞물려 있다. 내 노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잘 믿지 않는 탓에 지금까지 복권을 구매한 적도 전혀 없다. 종교도 마찬가지로 '나신교(나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를 믿는 편이다. 운명이란 것이 있다 한들 결국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내 자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들으면 '너무 뻔뻔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한때지만 교회를 다니며 즐거움을 느꼈고 성당에서는 세례를 받으며 신자가 되기로 굳게 맹세까지 했으니 말이다. 물론 나도 고해성사(카톨릭 신자가 알게 모르게 범한 죄를 용서 받는 성사)의 마음을 늘 품고 있다. 그러나 억지로 종교를 믿을 수는 없다.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다면 신께서도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내 마음이 필요하다면 다시 종교를 찾을 수도 있다. 언제라도 반겨줄 수 있는 곳이 종교라고, 그것이 종교의 존재라고, 그렇게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종교를 믿으시나요? 종교에 대한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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