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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과 술집에 갔다. 그것이 정식으로(?) 술을 마신 첫 번째 기억이다. 그리 많은 양의 술은 아니었지만 초점이 흐려지고 정신의 몽롱함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했다. 그렇게 신기한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몸에 이상 신호가 들려왔다. 갑작스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 순간이 싫었다. 침대에 누워 잠 들고 싶었다. 그러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술은 대한민국 성인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늘 술을 찾는다. 밥 만큼이나 많이 찾고 많이 즐긴다. 술 하나면 모두 친구가 된다. 술의 힘을 빌리면 더듬던 용기도 꽉 쥐게 된다. 술은 그렇게 강력한 존재인 셈이다.
나는 술을 잘 못한다. 한 잔 만으로도 얼굴이 빨개지도 달아 오른다.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알딸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문제는 스스로 혹은 누군가의 강요로 기준 이상의 술을 마신 경우다. 내 몸에서의 이상 신호가 들려오고 심하면 사고도 발생한다.
내가 술을 좀 과하게 마신 어느 날, 나는 걷기조차 힘들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계속 울렁거리는 속을 참지 못하고 결국 길거리에 토를 하고 말았다.
술을 마시면 싸움도 쉽게 난다. 술집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 보면 경찰이 출동하여 싸움을 중재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술을 과하게 마셔 이성을 잃고 생각지도 못한 전과 기록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음주 운전부터 절도나 성폭행 등의 범죄도 술이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술을 대체 왜 마시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적당한 술은 분위기를 돋구고 마음의 혼란을 치유해 준다. 그러나 과하면 술은 독약으로 변해버린다. 약도 잘 써야 되는 법이다.
나는 내가 술을 그리 잘 마시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반갑다. 10여 년을 술을 접했지만 나는 여전히 술의 맛을 모르겠다. 쓰기만 하다. 한 두잔 적당히 분위기를 맞춰 줄 정도로 마시는 것이 나는 딱 좋다.
술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들은 술이 사람을 지배하여 생긴 것들이다.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은 술의 쓴 맛이 인생과 꼭 닮아 있다고 여겨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근묵자흑은 검은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는 뜻의 한자 성어다. 인생이 자꾸 쓰다고 술과 함께 한다면 모든 인생이 마치 쓴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세상엔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도 있다. 더 넓은 세상을 맛 보기 위해 술을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혀가 마비되기 전에 말이다.
당신에게 술은 어떤 존재입니까?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그동안 매주 1편 씩 발행했던 '에세이 - 당신에게 묻습니다'가 앞으로 비정기적 발행으로 변경됩니다. 보다 다양한 컨텐츠를 블로그에 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오니 너그러운 이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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