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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때는 매년 생일 잔치를 거창하게 했다. 때론 우리 집에서, 때론 집 근처 패스트푸드 점에서 친구들을 불러모았다. 생일은 누군가의 축하를 받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나와 내 친구들이 모인 그 자리의 주인공은 생각해보면 음식이었다. 물론 나는 오로지 나 때문에 마련된 자리이고 나를 위해 모인 자리라는 착각을 한다.

  누군가의 생일에 생일 카드를 전달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다. 비싸지 않지만 의미를 담아 ...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빼곡히 적어 건넨다. 받는 사람이 눈물이라도 흘리길 바라며 이 고마움을 평생 간직해 주길 바란다. 정작 내 생일에 받은 생일 카드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위치 추적도 안 된다.

  생일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1년에 몇 안되는 공식적으로 선물을 기대할 수 있는 날이다. 마음 속으로 내가 가장 갖고 싶은 선물을 떠올린다. 실제 그것이 내 품으로 오는 경우는 드물다. 한 두단계 아래 등급의 선물을 받아들면 실망감이 가득차지만 받을 수 밖에 없다. 정작 이 선물을 왜 받는지 이유는 모르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일에 선물을 왜 받는건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나의 뇌리에는 그렇게 박혀 있기에 못 받으면 심하게 억울할 것이다.

  조금씩 커가면서 생일이란게 조금씩 잊혀져 간다. 공기의 소중함을 못 느끼듯 생일에 부여되는 특별함도 없어지고 아이스크림이 녹듯이 생일에 했던 어렸을 적 추억도 사라져 간다. 남자들에겐 술을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 날로 변화해 갈 뿐이다. 반대로 생일의 의미는 알게 된다. 생명의 소중함. 내가 이 땅에 태어난 고귀한 날.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날. 생일은 정말 위대하다. 존재의 이유가 보다 확실해지면 질 수록 특별해 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생일날 화려한 일들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졌지만 정작 생일의 의미는 몰랐던 어린 시절과 평범한 날 중에 하나이고 그리 특별하지도 않지만 생일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어른 시절은 뭔가 묘하다.

 

  생일은 특별한 날일까, 평범한 날일까?

 


  5월 22일은 저의 서른번째 생일입니다. 최근 평범하게 보냈던 이 날을 올해는 블로그에서 축하받고 싶습니다. 어쩌면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어린 시절 그 특별한 날로 돌아갈지도 모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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