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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식당 강하게 비판한 맛집블로거, 업주에 1천만원 배상'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제목 자체가 눈살을 매우 찌푸리게 했다. 파워 블로그의 지위를 앞세워 음식점에서 음식값 할인이나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기사를 본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대체 이번엔 또 무슨 만행을 저지른거야?'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읽어보았다.

 

 

사건의 진상

 

  기사의 내용이 자세하지 않은 탓에 그 내막을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4-5개의 기사를 통해 종합해 본 사건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A씨는 2012년 7월 고급 일식당을 열었다. 같은해 9월 이 식당을 찾은 B씨가 음식의 맛을 보고 자신의 블로그에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글을 썼다. 이 사실을 안 A씨가 B씨에게 해당 글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고 결국 이틀 만에 지워졌다. 그러나 그 일식당은 2개월도 채 안돼 문을 닫았고 A씨는 식당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는 이유로 B씨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들은 1년여의 법적 공방 끝에 재판부가 조정에 회부하자 B씨가 1천만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B씨의 블로그는 하루 수천 명이 방문하는 부산 지역의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라 한다.)

블로거 B씨의 잘못은?

 

  일단, 재판에서의 사법부 판단은 없었다. 조정에 회부했다는 의미는 사법부 판단을 유보한 셈이다. 그럼에도 B씨는 1천만원을 배상함으로써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다. 이를 보고 블로거 B씨의 잘못이라 보기 쉬운데 자세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B씨는 블로그에 단지 '음식 맛에 대한 비판'을 했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문제로 받아 들여질 수 있을까? 개인의 의견을 단순 서술했다면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글 속에 지극히 주관적이더라도 나름의 근거가 소개되었다면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보여진다. 무조건적인 비판이라면 B씨의 전적인 잘못이지만 아닌 경우라면 과연 문제 삼을 수 있을까? 기사 만으로는 B씨의 글의 내용과 어조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B씨의 잘못 만으로 말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식당 폐업의 원인은?

 

  A씨 식당 폐업의 원인이 B씨의 블로그 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냐는 부분도 모호하다. 이 연관성은 파악하기 힘들다. 실제로 A씨 식당이 맛이 없었을 수도 있고 음식점 위치나 홍보 등을 비롯한 경영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하루에 수천 명이 방문하는 파워 블로그라지만 글이 게재된 기간은 단 이틀 뿐이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사법부가 결국 판단을 유보한 것도 인과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칭찬만이 정답인가?

 

  이번 사건이 식당을 비판한 내용이지만 사실, 블로그를 찾아보면 해당 식당을 칭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음식의 맛이라는 것이 개인의 차가 크기 때문에 블로그들의 글을 100%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본다. 때문에 특정 식당의 맛을 칭찬하거나 비판하는 일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문제는 해당 식당과 블로거가 짜고 무조건적인 칭찬의 글을 올리는 경우이다. 방문자 수가 많은 블로그라면 이러한 행위는 '여론 조작'과도 같다. 굳이 블로그로 시선을 옮기지 않아도 TV에 나오는 수없이 많은 맛집들도 돈을 받고 홍보해 주는 경우가 있다고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은 들어보지 못했다. 어찌보면 악의적인 의도가 추가된 더 나쁜 행위임에도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사건에서 블로그가 1천만원을 보상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블로거를 두둔하기 힘들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최근 일명 '파워 블로그'에 대한 안 좋은 시선에서 비롯된다. 파워 블로그를 주목하는 작금(작금)의 현실은 그만큼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반증은 맞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이 문제다. 지나치게 '방문자 수=권력'이란 생각으로 무모한 행동들을 일삼는 블로거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여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유명인일 수록, 자신의 영향력이 클 수록 행동을 조심해야 함은 익히 당연하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파장을 생각하자. 블로거들이 이런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본분을 다 할 때 비로소 블로거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미디어로서 자리 잡은 블로거.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 위해, 본격적인 블로그의 전성 시대를 위해 블로거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래야 더 빛나는 '파워 블로거'가 세상에 존재할 것이다.

 

다음뷰 Pick(편집자 추천글)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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