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차 수정: 8:04)
  2014년 1월 1일 부로 나는 한국 나이 서른이 되었다. 내게 30대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남의 일로 여겼었는데 이제 나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쉽게 믿기지 않는다. 서른이 되던 첫 아침. 평소와 다른 느낌은 없었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꼈는데도 어떻게 그리 담담할 수 있냐'는 내면의 신호는 곧 힘없이 사그라졌다. 거울 앞에 섰다. 분명 슬픈데 얼굴은 멀쩡했다. 나이 탓에 벌써부터 몸의 신호 체계가 말을 듣지 않았던 걸까?

  스무살이 되던 때의 아침이 떠올랐다. 그때는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마냥 기뻤다. 어른이 되면 누릴 수 있는 권리들 만을 상상했다.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고 담배도 마음껏 입에 물 수 있으며 모텔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내가 생각했던 어른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른이 되면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문일까? 나는 10대를 정신없이 보냈다. 사실 공부밖에 몰랐다. 자랑이 아니다. 학생의 본분을 너무 지키려고 한 것 뿐이다. 잠깐이라도 한 눈 팔다 보면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불행하게 20대가 된 후로도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나는 학생이었고 취업이란 거대한 산을 넘어야만 했다. (아, 그 전에 군대라는 또 다른 산도 있었다.) 어엿한 직장인이 된 후에도 내게 여유라는 건 여전히 없다. 직장 생활은 사회로의 첫 걸음이다. 걸음마 단계의 아기가 노력을 소홀히 하면 뒤쳐지는 건 시간 문제다. 이 같은 이유로 쉴 틈 없이 달리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다.

  경험이 쌓이면서 인생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자연히 어른에 대한 환상도 깨졌다. 늘어나는 숫자만큼 나에게 주어진 책임들은 더 막중했다. 험난함도 점차 늘었다. 수없이 많은 고비가 끊임없이 찾아왔다. 학창시절에 누렸던 방학은 곧 그 시절만의 특혜였다. 학교를 벗어난 사회는 내게 그런 배려 따위를 베풀지 않았다.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를 꿈꿔본다면 나의 30대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30대는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건 결혼이다. 그동안의 고난 중에 가장 큰 것일지 모른다. 그 여정이 만만찮다. 좋은 반려자를 만나는 것부터 난관이다. 결혼을 결정하고 청첩장을 만든 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 심지어 결혼식을 올린 후에도 아무도 그 결혼의 성공 여부를 말하지 못한다.

  어차피 세월을 돌릴 수 없다면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30대는 찾아왔고 스스로 헤쳐나가야만 한다. 그동안 잘 해낸 것처럼 앞으로도 노력을 할 것이다. 이 굳은 다짐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그런데 이런 걱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나는 올 한해 '만 나이'로 활동할 예정이니 말이다······

- '서른 part 2'를 기약하며 -

 

 



  여러분의 서른은 어떠셨나요? 혹은 서른을 상상하면 어떤 느낌이신가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