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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 한 권을 주문했다. 제목은 <추억의 명수필>. 책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60여페이지로 아주 얇다. 그러나 이 안에는 무려 10편의 수필 작품이 담겨져 있다.

 

  책 제목 <추억의 명수필>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듯이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현대 수필보다는 고전쪽에 더 가깝다.(물론 1900년 중후반 작품이니 아주 고전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어려운 말, 특히 한자어들이 종종 등장한다. 필체라든지 스타일은 현대의 것들과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나 수필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빠른 감성에 치우진 요즈음의 것들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10편의 수필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박완서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였다. 내용은 매우 뻔하다. 마라톤 1등의 모습을 보려고 나섰던 주인공이 돌연 꼴찌 주자를 응원하고 비록 꼴찌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는 교훈까지 담겨있다. 마치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훤한 이야기 구조임에도 이 수필이 돋보이는 점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와 닮은 점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항상 경쟁만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멀리 뒤쳐져 있는 이들은 쉽게 외면받는다. 그러다 낙오자라는 꼬리표라도 달게 되면 사회의 무리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무던히 노력한다면 그들도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피겨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김연아 선수같은 세계적 스타가 탄생한 것도 이를 증명해 준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가 정말 위대하게 보이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변치않는 삶의 지표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가장 감명깊게 읽은 하나의 단락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질까 한다.

 

"나는 그를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좀 전에 그 이십등, 삼십등을 우습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도 자기의 이십등, 삼십등을 우습고 불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엣다 모르겠다 하고 그 자리에 주저않아 버리면 어쩌나, 그래서 내가 그걸 보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 <박완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中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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