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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왜 나만 가지고 그래"

 


 

 


#1

  돈을 주고 아들의 허위 스펙을 만들어 준 '목동 엄마'(서울 양천구)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K대 한의예과에 입학한 손모 군(20)이 입학할 당시 제출한 수상이나 봉사활동 경력 중 최소 5건이 허위로 드러났다. 어머니 이 씨는 딸의 입시 상담을 해 줬던 J여고 민모 교사(57)에게 아들 입시 지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손 군은 2010년 10월 한글날 기념 전국 백일장 대회에 민모 교사가 써 준 시 4편을 가지고 들어가 금상을 받았다. 이뿐 아니라 발표자 바꿔치기도 두 차례나 벌어졌다고 한다. 어머니 이 씨는 아들이 다니던 서울 양천구 K고 김모 교사(55)에게 금품을 전제로 부탁했다. 김 교사는 2010년 11월 'G20 국가들의 기후 변화 청소년 발표 대회'가 열리자 전 해에 최우수상을 받았던 K고 선배 김모 군(21)에게 "네가 손OO이라고 말하고 발표하라"고 시켰다. 손 군은 참석도 하지 않은 대회에서 S전자 상을 받았다. 그 다음 해 열린 기후 변화 토론대회에서도 김 교사와 K고 홍모 교사(46)등은 서모 군(20)이 대신 발표하도록 해 손 군에게 상을 건넸다. 또한, 손 군은 시를 대신 써 준 민 교사 소개로 서울 양천구 H병원에서 121시간에 이르는 봉사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았다.

  손 군은 이 같은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2012년 서울 S대 생명과학계열에 입학했다가 지난해 K대 한의예과에 입학 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했다. 손 군의 스펙이 모두 허위라는 것이 밝혀진 만큼 손 군의 입학 취소는 물론 손 군, 어머니 이 씨, 교사 2명 모두 불구속 입건 되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도를 넘어 불필요한 월권을 행사하여 아들의 인생을 망치게 됐다. 그런데도 어머니 이 씨는 반성은 커녕 "서울 강남에 가면 나보다 더한 엄마들이 적지 않다.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며 억울해 했다고 한다.

  여기서 어머니 이 씨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허위 스펙을 자식들에게 만들어 주는 사례가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는 일종의 암시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없애야 할 것이다. 처벌할 사람들을 단호히 처벌하고 부모는 물론 자식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손 군과 같은 학생 때문에 온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손해를 입어서는 안될 것이다.


#2

  매년 법인 카드의 오남용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국정 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경제/인문 사회 연구회와 산하 23개 국책 연구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기관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토 연구원은 2010~14년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주점에서 321차례에 걸쳐 3861만 3000원을 사용했다. 법인카드가 제대로 사용되는 지를 감시해야할 감사실 1급 직원도 사용이 금지된 주점에서 3차례에 걸쳐 결재한 이력이 확인됐다. 한국 행정 연구원은 유흥 주점 등에서 25차례에 걸쳐 326만여원을 법인카드로 결재했고 국토 연구원과 한국 교육 과정 평가원, 한국 농촌 경제 연구원 등은 업무 시간과 휴일에도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특히 이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한 곳 중에는 영화관, 스키장, 놀이공원, 볼링장 등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특히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 행정 연구원의 이은재 원장은 한 병에 40만원 이상하는 일명 '고소영 향수'라고 불리는 명품 향수를 법인 카드로 구매했다. '경상운영비, 연구사업비'라는 명목이였다. 또한, 명품 에르메스 넥타이와 고가의 초콜릿도 법인카드로 사용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청담동 식품점에서 유기농 오이와 방울 토마토를 8만원 어치 사는 것에도 법인카드를 이용했다. 법인카드를 마구 남용한 이 원장은 반성을 하면서도 "전임 원장이 그렇게 해서 해도 되는 줄 알았다"며 어이없는 해명을 남겼다.

  이 원장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 더욱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법인 카드를 남발하는 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시 되어 왔지만 일종의 문화처럼 계속 답습되었다. 그럼에도 특별한 징계 등의 조치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된 것일지 모른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 법인 카드가 더 이상 엉뚱한 곳에 쓰이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3

  자식에게 허위 스펙을 만들어준 목동 엄마와 법인카드의 남용한 국책 연구원의 모습은 무언가 닮아 있다. 한결같이 해명을 하면서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는 푸념을 섞었다는 부분이다. 누군가 무단 횡단을 하면 나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끓는다. 목동 엄마와 국책 연구원들 모두 이 같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더 심해지면 고쳐질 수 없다. 계속 방치하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고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진실한 사람이 득을 보는 올바른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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