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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람에 대한 정(情)이 참 많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가끔 이 정이란 것 때문에 곤란해 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맡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좋은 직장 동료를 만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에 입사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나는 참 좋은 직장 동료들을 만난 것 같다. ‘처음’ 이기에 비교군은 없지만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러나 내가 간과한 사실은 좋은 동료들과 평생 함께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부서를 옮기거나 퇴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지만.)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여러 명의 동료를 이래저래 떠나보냈다. 그 중에는 나와 친했던 동기도 있다.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몇 개월 먼저 입사한 탓에 내가 많이 의지할 수 있었던 동료다. 그 친구 역시 먼저 입사했다는 이유로 텃세를 부릴만했지만 동기를 만난 반가움이 더했는지 친절을 베푸는 것을 택한 듯 했다. 그래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나의 회사 생활 적응도 훨씬 수월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그 친구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부서로 가버렸다. ‘나도 따라 갈까’라는 생각을 수 십 번 했지만 결국 남기로 했다. 그 친구가 떠난 후, 한동안 슬럼프가 올 정도로 느껴지는 빈자리는 컸다.

 사실, 그 친구의 영향력이 이리 크게 느껴졌다는 사실에 나도 당황스럽다. 학창시절에는 적어도 1년 동안 같은 반이 되어야만 ‘우정’이란 게 쌓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를 알게 된 건 수개월에 불과했다. 그 이유가 뭘까. 아~ 그 친구는 적극적이고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말도 잘해서 언제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신중하고 생각이 많은 나는 그런 점이 부러웠다. 노력은 했지만 쉽지 않았다. 부러움이 커지자 믿음도 커졌다. 내가 10km 달리기에 참가하게 된 것과 록 페스티벌을 구경하게 된 것, 보드를 배우게 된 것 모두 그 친구 덕분이었다. 나로서는 다양한 경험을 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청소년들을 보면, 좋아하는 가수의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어 하지 않나?!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중요한 점은 이제 내 곁에 그 친구는 없다.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이별의 시작일 지도 모른다. 이래서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일까. 성공적인 회사 생활을 위해 좋은 동료를 만나야 하지만, 동시에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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