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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이 다가와서일까? 주변에는 유독 짜증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모르겠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의 일치라기엔 이곳 저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이 문제일까, 세상이 문제일까?

  최근 사회는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정치권에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 국민을 위한 대의 정치를 하라고 뽑아 놓은 사람들이 서로 간의 기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답답함이 치솟는다. 그런데 이 소통의 문제가 비단 정치권 만의 문제일까? 나는 오늘 우리 사회 속에 즐비한 소통의 단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한다.

  시작은 다시 정치권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와 문재인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51.6%로 48%를 기록한 문재인 현 국회의원을 근소하게 제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바라보며 한쪽은 웃고 다른 한쪽은 울 수 밖에 없는 결과가 나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의미를 분석했고 그 중 주목해야할 결과가 눈에 띄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선거 유세장에는 유난히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문재인 후보 측 주변에는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띈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2030세대는 문재인 후보, 5060세대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는 한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거리를 만들며 '세대 차이'를 뛰어 넘어 '세대 분열'을 낳았다.

  지난 6월 26일자 조선일보 경제란에는 '젊은 피, 여의도에서 짐싼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회사가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바람에 5년 전 입사한 30대 초반의 이모씨가 막내라고 한다. 주요 업무는 선배들이 다 하고 서류 정리 같은 단순 업무 만을 하다보니 전문성을 쌓는 데 한계를 느껴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금융권의 심각한 노령화를 지적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IT 기업에 다니고 있는 나 또한 비슷한 상황 속에 처해있다. 입사 4년차지만 부서에는 내가 막내이다. 회사의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보니 내가 입사한 이후로는 신입 인력 채용을 많이 줄인 탓이다. 이렇다보니 업무가 자연스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때론 과장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자료작성을 하느라 오랫동안 실무를 떠난 이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직급간의 분열도 만들어지고 있다.

  정치와 회사 내 이야기지만 소통의 문제는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점점 복잡해지고 치열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를 강요받고 있다. '자기 PR 시대'란 문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스갯 소리로 넘겼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것이 되어 버렸다.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이러한 현상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말하는 것에는 잘 훈련되어 있는 반면에 듣는 것에는 익숙치 않은 모습이다. 시험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잣대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는 경청이 빠져있다. 아무도 요구를 안하니 소외받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 잘하는 방법에 대해 묻는다면 온갖 지식을 동원해 거침없이 술술 말할지 모르겠지만 잘 듣는 법에 대해 질문한다면, 그냥 듣고 고개를 끄덕거려주는 것 외에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현실적이면서 쉬운 것이 필요하다. 각자가 알아서 잘 하면 되겠지만 이것은 너무 무책임하고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열의는 막연한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시대를 바꿀 역할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할까? 많은 역사 속 장면에서도 그렇듯 좋은 리더가 그 역할을 대신해 왔다. 와해된 조직을 하나로 단합하는 일, 말 한마디로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리더에게 있다. 김유신 장군, 이순신 장군, 나폴레옹 등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리더십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소통이 원활치 못한다는 것은 각자 자신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탓이 크다. 리더는 서로를 이해시키고 한발 씩 물러나게 하는 중재를 담당해야 한다. 세상이 화합하려면 좋은 리더가 필요하다. 이 리더의 부재가 우리 사회를 점점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10명, 100명, 1000명 혹은 그 이상을 먹여살릴 1명의 인재가 필요하다. 결국은 소통의 문제도 리더가 답이라 생각하는 이유이다.

  돌고 돌아 다시 정치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 운동 마지막 날, 서울 광화문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어머니와 같은 리더십으로 계층, 지역, 세대를 뛰어 넘어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겠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에 참으로 반갑다. 그런데 아직 결과로 보여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이 약속이 남은 임기 동안에 지켜졌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다. 정치권에서 시작한 문제, 결국 정치권에서 먼저 보여줘야 하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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