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어른들이 마시는 커피에 대해 대단한 혐오감이 있던 때가 있었다. 내 눈에는 어른들이 식후에 어김없이 찾는 커피는 담배, 마약과 동일 시 되는 존재였다. 그만큼 강력한 중독성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커피 대신 내 앞에 놓여진 것은 식혜, 수정과, 녹차와 같은 건전한(?) 것들이었다. 문득 드는 생각... '커피가 대체 얼마나 맛있는 거야?' ... 괜한 호기심이 들었다. 그 탓이었을까. "그럼 커서도 담배랑 커피는 입에 안 댈 꺼야?"라는 엄마의 물음에 나는 "커피는 조금만 마실게"라고 답해 버렸다. 언제부터 내가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익숙해져 버린 지 너무 오래된 탓인 것 같다. 평균 하루에 1잔 꼴, 심한 날은 4-5잔까지 내 입속으로 커피가 들어갔다. 처음에는 피곤..
시험이란 단어를 들으면 정말 머리에서 쥐가 난다. 일생 동안 시험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얼마나 스트레스가 됐으면 얼마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면 가슴 속 한켠에 응어리처럼 남아있는 것일까. 학창 시절 내내 우리는 수많은 시험 속에서 살았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그게 시작이라는 것을. 학창 시절, 나는 시험이 끝나면 제일 먼저 시험 문제의 정답을 맞춰보았다. 정답을 확인하지 않으면 집중이 되지 않아 다음 과목의 시험 준비를 온전히 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 결과에 따라 다음 과목의 시험 준비에 영향을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함에도 나의 반복 적인 행동은 계속되었다. 대학생이 되고도 시험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고등학생 때는 분명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끝인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산이 기다리..
학창시절, 새학기를 맞는다는 것은 두근거림의 순간이었다.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으로 '제발 이 친구 만큼은 같은 반이 되게 해주세요' 라는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무서운 담임 선생님이 걸리는 해에는 1년이 고달프다. 새 교과서와 함께 새롭게 배우는 과목들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생긴다. 그녀를 만나기 30분 전이다. 일찌감치 나는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긴장감 탓도 있지만 처음 와보는 곳이었기에 주위 동선을 파악해야 하는 탓도 컸다. 20분쯤 살펴보니 대충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맛 좋고 분위기 좋은 스파게티 집 하나도 알아두었다. 다행히 약속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약속 시간 5분 전,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차가 막혀서 늦을 것 같..
오늘은 2014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수능)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제가 2004학년도 수능을 치루었으니 꼭 10년 만이네요. 그때 그 떨림과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온갖 정신과 집중을 쏟아 붇고 수능 시험장을 나오는 순간, 풀린 긴장으로 인하여 몸살이 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무리 우리 나라의 입시 열기가 대단하다고 해도 대입 시험을 앞 둔 수험생들의 기분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쉽지 않다는 건 잘 알지만, 최대한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이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길이 랍니다. 10대 때에 우리는 대학 생활에 대해 한번쯤은 상상해 봅니다. 그 미래는 대부분 아릅답지요. 때론 대학 캠퍼스 잔디밭에서 책을 펼쳐보거나 함께 뛰놀거나 맛있는 음식을 ..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면 학원, 대학생이라면 강의실, 직장인이라면 회의실 안에서 선호하는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주 앉게 되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사소한 습관일 수도 있지만 무심코 지나칠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학교 교실을 예로 들면 앞자리는 키가 작거나 눈이 나쁘거나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차지 일 것 같다. 창가에 앉은 학생은 왠지 멍 때리거나 사색을 즐길 것 같다. 놀기 좋아하고 일명 일진이라 불리는 이들은 뒷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할 것 같다. 이 같은 우리들의 편견 때문에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 [자리] 하나로 인해 우리는 그(그녀)를 모범생 또는 문제아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나는 3년 차 직장인이다. 남들이 들으면 이름을 다 알법한 대기업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쁨에 겨워..
돌이켜보면 6년 만이다. 6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만큼 대부분이 그대로 였다. 살았던 아파트도 다녔던 초등학교도 교회도 약국도 서점도 문구점도 슈퍼도 분식점도 은행도 부동산 중개소까지도 그대로 였다. 그나마 바뀐 거라곤 아파트 외벽이 새롭게 도색되었다는 것, 학교 운동장이 흙에서 잔디로 바꼈다는 것과 내 나이 뿐이었다. 내 기억 속 장면과 꼭 닮아 있어 6년 만의 산책에도 전혀 낯설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놀이터 앞에 멈췄다. 갑자기 기억이 났다. 그 날은 학원을 가기 위해 놀이터 앞에서 셔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잔뜩 불량한 자세로 두 명의 남자들이 나를 불렀다. 누가 봐도 동네 불량배였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갔다. 그리고 적당한 건물 2층에 숨었다. 다행히..
나는 사람에 대한 정(情)이 참 많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가끔 이 정이란 것 때문에 곤란해 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맡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좋은 직장 동료를 만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에 입사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나는 참 좋은 직장 동료들을 만난 것 같다. ‘처음’ 이기에 비교군은 없지만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러나 내가 간과한 사실은 좋은 동료들과 평생 함께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부서를 옮기거나 퇴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지만.) 입사 후 얼마 ..
살다 보면 스스로 나태해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새로운 자극이다. 이것을 채우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부딪혀보고 실패를 교훈 삼아 성장해 가는 것이 빠른 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너무 나도 많은 기회 비용이 발생한다. 인생은 게임과 달라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도 돌이킬 수가 없다. 이때 우리가 흔히 선택하는 차선책이 바로 독서이다. 그 중에 를 읽는 일은 독자에게 강한 동기 부여를 심어준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서점을 들러보면 수많은 책들에 깜짝 놀란다. 제목만 읽어도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해 줄 것 같은' 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때부턴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쉽게 선택하기 힘들어 디자인이 멋진 것, 가격..
돌이켜보면 8년 만이다. 8년 전, 우리 가족은 나의 입대를 하루 앞두고 공군 교육 사령부가 위치한 진주로 향했다. '입대 전의 마지막 여행'이란 의미가 담겨있었지만 여행의 기분은 전혀 나지 않았다. 진주성 촉석루의 '논개 이야기'에 전혀 관심 따위가 없었다. 보신의 화신이란 장어구이를 먹었음에도 신나지 않았다. 군인이 되는데 이런 게 무슨 소용일까. 8년 만의 가족 여행은 사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성사되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임직원 할인 숙박 업소에 내가 추첨 된 것이다. 극성수기로 예상되는 광복절이 포함된 이틀로 응모(?)한 터라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 다더니……' 물론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희소식'을 부모님께 전했다. 내색은 안 하셨지만 기뻐하시는 부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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