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와 영토 분쟁 중인 일본의 치열한 역사 교육에 이제 더 이상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강력한 역사 지식으로 슈퍼 무장한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이 일본의 근거 없는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할 테니까 말이다. 다만, 공부해야 할 과목이 하나 더 늘었다는 점은 수험생들에겐 엄청난 비보일 수는 있겠다. 정신없이 1학년을 보내고 대한민국 남자의 의무, 군대에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입대 신청을 하고 입영 일자를 받아 들고 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와 밤을 지새우고 있을 동안 난 남자들 틈의 낯선 환경에 둘러 쌓여 잠을 설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2005년 2월 14일" 대학교..
(1차 수정: 8:04) 2014년 1월 1일 부로 나는 한국 나이 서른이 되었다. 내게 30대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남의 일로 여겼었는데 이제 나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쉽게 믿기지 않는다. 서른이 되던 첫 아침. 평소와 다른 느낌은 없었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꼈는데도 어떻게 그리 담담할 수 있냐'는 내면의 신호는 곧 힘없이 사그라졌다. 거울 앞에 섰다. 분명 슬픈데 얼굴은 멀쩡했다. 나이 탓에 벌써부터 몸의 신호 체계가 말을 듣지 않았던 걸까? 스무살이 되던 때의 아침이 떠올랐다. 그때는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마냥 기뻤다. 어른이 되면 누릴 수 있는 권리들 만을 상상했다.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고 담배도 마음껏 입에 물 수 있으며 모텔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내가 ..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매장에 들어섰다. 점원은 마음껏 입어보라고 한다. 마음에 드는 니트와 티셔츠를 입어본다. 사이즈도 딱 맞고 완전 나를 위한 옷 같다. 그런데 가격이…… 하는 수 없이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변하는 점원의 표정과 목소리. 누가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차가워진 점원의 태도 말이다. 요즘 우리는 참으로 편한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참 넓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 앞에 새로 생긴 치킨집에 갔는데 맛이 별로라면 바로 옆 치킨집으로 향하면 그만이다. 어디 치킨집 뿐인가. 압구정역에 가면 성형외과가 한 건물에만 여러 개다. 이 때문에 상점이나 병원 등은 더 많은 소비자를 맞이하기 위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
안경을 정말 쓰고 싶었다. 초등학생 눈에는 안경 쓴 사람들이 한없이 멋져 보였다. 패션의 완성이 마치 안경인 것 같은 착각이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도 한 켠에 있었던 듯 하다. 당시에는 안경 낀 친구들이 별로 많지 않아서 내가 안경을 쓰고 나타나면 벼락 스타가 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마침내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입 속에 오랫동안 머금었던 말을 꺼냈다. “엄마, 나도 안경 사 줘” “안경을 사달라고? 안경은 눈이 나빠야 쓰는 거야” 엄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눈이 나빠지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초등학생에게도 매우 쉬운 대답이었다. 늘 엄마가 나에게 하는 잔소리에 반대 행동이 답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책이나 텔레비전을 가까이서 보기도 하고 눈을 깜빡이..
한 여자가 소개팅에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소개팅은 1-2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을 파악해야 한다. 보통의 여자들은 그 남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물어본다.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사람 같은 것들 말이다. 더 확실한 방법으로 그 남자의 물건에 주목할 수도 있다. 소매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시계, 계산할 때 꺼내든 지갑, 누구나 알만한 해외 심벌이 박힌 그 남자의 자동차를 발견하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게 된다. 이때,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를 어떻게 대변해주고 있는 것일까?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은 손목 시계이다. 이 시계는 내가 내 돈으로 구매한 첫 시계이자 내가 사용한 첫 메탈 시계이다. 물론 이 시계는 명품은 아니지만 영국의 중저가 제품으로 수십만원으로 나는..
시작은 늘 설렌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개학날 아침, 새로 산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여행을 떠나기로 한 어느 아침 날이 그랬던 것처럼 설렘은 흥분을 동반한다. 이 흥분은 긍정적인 의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소에는 오르지 못할 것처럼 보이던 것들을 목표로 삼게 만드는 힘이 여기에 있다. 새해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안 좋았던 일은 뒤로 하고 새 시작을 준비한다. 그들은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입하거나 신년 맞이 집청소를 하기도 한다. 일출을 보거나 새벽 기도를 하며 희망을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가짐을 다시 하고 기분 전환을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이상의 새해 약속을 가슴에 품는다. 대부분은 다이어트나 운동하는 것을 새해 목표로 삼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1- 누구나 산타의 존재를 믿던 시절이 있다. 현실적인 사람인 나조차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산타의 존재를 철썩 같이 믿어버렸었다. 산타 덕분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참 행복했었다. 늘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엄마, 아빠의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도 모른 채) 최대한 비싼 선물을 말했던 것 같다. 그때는 가장 비싼 물건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때니까.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 맡에 내가 원하던 선물이 없으면 왜 그리 서러웠는지…… 내가 정말 올 한해 착한 일을 한 것이 없는지 하소연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우연히 TV 아래 장식장을 열었는데 포장지에 쌓인 무언가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날 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
'너니까 잘 하겠지'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 말이 나는 정말 듣기 싫었다. 물론 안다. 나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그런데 친구들도 알고 있었을까? 나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 혼자는 외롭다는 것을. 그 믿음이 때론 부담스럽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이제 그런 말 좀 그만 하라'며 화를 낸 적도 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사회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친구들의 그 말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 학교 밖 넓은 세상에서는 나를 온전히 따뜻하게 맞아주는 법이 없었다. 잘하려고 노력해도 자꾸만 삐꺽대고 스스로 만족했다 싶어도 계속되는 질타에 부딪혀야만 했다. 잘하려고 한 것인데 의도와는 다른 평가를 받다 보니 의욕 상실로 이어졌다.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부드럽게 말해도 좋..
출산의 고통이 정말 그렇게 심하다는 데, 남자인 나는 평생 느껴보지 못하는 고통이다. 과연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배 위로 트럭이 지나가는 느낌이라는 얘기부터 콧구멍에서 머그컵 만한게 나오는 느낌, 누군가 내 몸에 칼을 꽂고 뒤 흔드는 느낌, 총 맞을 때 보다 3배의 느낌 등 듣기만 해도 온 몸의 장기가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비단 출산의 고통을 여자만 느낀다며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마라. 대신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군 복무의 의무가 있지 않은가? 둘 중에 어떤 고통이 더 큰 지와 함께 남녀 평등으로 이어지는 케케묵은 논란은 뒤로 하자. 어차피 서로가 서로의 고통을 느껴보기란 힘든 것이다. (여군의 경우는 자원 입대이므로 경우가 다르다고 본다.) 고통을 쉽게 참지 못하는 요즘 세..
신기할 때가 있다. 옛날 옛적 원시 시대 때는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고 조약돌 따위로 불을지피고 지푸라기, 흙 따위로 비바람만 가릴 정도로 대충 집을 짓고도 잘 살았다. 옛날부터 사람이 가진 생존 본능이란 것으로 주변의 것들을 잘 이용하여 생활의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이것들은 어찌 보면 원시 시대의 과학 기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떠한가? 원시 시대에 비하면 너무나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전기, 수도, 가스 등을 마음껏 쓰고 통신이란 것을 이용해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이야기 한다. 지구 밖 행성에도 관심을 가지며 우주 연구까지 하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나은 기술을 찾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것들이 현대 시대에서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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