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한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울음이 나올법한 시기 때부터 우리는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게 왜 그리도 많을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때부터 '돈이 최고'라는 인식을 머리 속에 담고 살게 되었던 듯 싶다. 이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돈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무의식 속에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모범 답안이 되어 버렸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라는 방법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돈에 대해서는 조금 특별했다. 부모님이 슈퍼에 가서 케찹 하나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면 다양한 종류의 케찹들의 단위 그램 당 가격을 계산하여 가장 저렴한 제품을 사올 정도였다. 그렇게 '잘 샀다'는 말을 들으면 뭔가 뿌듯함..
잡지라는 것이 여성의 전유물인 시대는 갔다. 서점에 가면 놀랄만큼 남성 잡지의 수가 많다. 특히 내가 즐겨보는건 패션 잡지이다. 내가 처음 남성 잡지를 접한건 군대에서다. 뜻이 맞는 몇명과 돈을 모아 매달 1~2개씩 구입했었다. 당시엔 잡지 보는 법이 익숙치 않았다. '그림 몇개 있는게 참 비싸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두꺼운 잡지도 1시간이 채 안되서 다 해치워 버렸다. 그래도 내겐 잠시동안 시간을 때우기에 좋은 도구였다. 제대 후에도 이따금씩 잡지를 구입했다. 옷 좀 사고 싶은데 무엇을 살지가 고민일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잡지에 나온건 비싸기에 비슷한걸 골라 사는 편이었다. 잡지 속 유명 브랜드 옷은 '그림의 떡'일 뿐이며 여전히 그림 위주로 보기에 순식간에 한 권을 꿀꺽한다. 직장인이 되니 굳이..
초등학생 때는 매년 생일 잔치를 거창하게 했다. 때론 우리 집에서, 때론 집 근처 패스트푸드 점에서 친구들을 불러모았다. 생일은 누군가의 축하를 받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나와 내 친구들이 모인 그 자리의 주인공은 생각해보면 음식이었다. 물론 나는 오로지 나 때문에 마련된 자리이고 나를 위해 모인 자리라는 착각을 한다. 누군가의 생일에 생일 카드를 전달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다. 비싸지 않지만 의미를 담아 ...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빼곡히 적어 건넨다. 받는 사람이 눈물이라도 흘리길 바라며 이 고마움을 평생 간직해 주길 바란다. 정작 내 생일에 받은 생일 카드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위치 추적도 안 된다. 생일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1년에 몇 안되는 공식적으로 선물을 기대할 수 있는 날이다. 마음 ..
어릴 적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 내에는 조그만 교회가 있었다. 그곳에 처음 발을 담그고 몇 번 다녔는데 별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여름 방학 동안 교회에서 추진하는 단기간의 성경 교육 프로그램인 '여름 성경 학교' 기간만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교육의 일환이지만 이 기간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열심히 참여하면 '달란트'(고대 서아시와 그리스에서 사용한 질량과 화폐의 단위)라는 것을 주는데 이것을 모으면 '여름 성경 학교' 마지막 날에 먹을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신났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기간 외에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보다는 일요일에 늦잠을 자거나 TV에서 하는 '디즈니 만화 동산'을 보는 게 더 좋았다. 이 탓에 중학생 이후에는 한번도 교회를 간 적이 없다. 어릴..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과 술집에 갔다. 그것이 정식으로(?) 술을 마신 첫 번째 기억이다. 그리 많은 양의 술은 아니었지만 초점이 흐려지고 정신의 몽롱함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했다. 그렇게 신기한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몸에 이상 신호가 들려왔다. 갑작스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 순간이 싫었다. 침대에 누워 잠 들고 싶었다. 그러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술은 대한민국 성인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늘 술을 찾는다. 밥 만큼이나 많이 찾고 많이 즐긴다. 술 하나면 모두 친구가 된다. 술의 힘을 빌리면 더듬던 용기도 꽉 쥐게 된다. ..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한결 글쓰기에 재미도 붙였고 한 편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도 부쩍 줄었다. 3개월 전부터는 거의 매일 조금 씩이라도 글을 쓰다 보니 글쓰기에 익숙해 졌을 뿐 아니라 빼곡히 적힌 책 속의 글자만 보면 머리가 어질 어질 했던 증상도 나아졌다. 글을 쓰면서 가장 기분 좋은건 내 글에 대한 칭찬을 들었을 때이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니 내 글은 (개인 노트에 적는 경우에 비해) 많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가끔은 빨가벗긴 듯 챙피하기도 하지만 인터넷 공간이라는 이유로 용기를 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감 간다. 도움이 됐다.' 등의 댓글을 발견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나도 어떤 이의 마음을..
주변이 깜깜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을 이리 저리 내저어보지만 어떤 것도 손에 닿지 않는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마냥 견디는 쪽을 택했다. 그 순간 어둠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출구가 보인다. 2011년 2월 14일. 내 인생에 찬란한 순간이 찾아왔다. 나는 간절히 바라던 직장에 입사했다. 당시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신입사원 교육 기간 동안, 동기들과 함께 고민 없는 한 달을 보냈다. 동기들과 흩어져 부서에 배치 받던 날, 부서 선배들을 처음 만난다는 생각에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한 후 빈 자리에 앉았다. 그 때 내게 낯선 이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51기 신입사원 맞으세요?” 그는 나보다 먼저 입사한 동기였다. 한 ..
직장에 처음 입사했을 때의 일이다. Y라는 분이 나의 지도 선배가 되었다. 배정은 받았지만 이틀 동안 나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Y가 휴가 중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의 책상 앞에 걸린 사진을 보며 '어떤 사람일까' 상상에 빠졌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된 것 같았다. 볼 살이 조금 있는 것으로 보아 마른 사람은 아닐 것 같았다. 입꼬리와 볼 살은 축 늘어나 있었다. 사흘 뒤, 그가 드디어 나타났다. 나의 예상과 꼭 닮은 모습으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Y의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새로 지급 받은 컴퓨터를 켰지만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외계어로 쓰여진 것 같은 이메일 몇 개를 열어 읽는 시늉을 할 뿐이었다. Y는 담배 피러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나는 비흡연자였지만 친해지고 싶어 따라 나섰다. 그 ..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꼽자면 라면이 아닐까. 3분 30초면 음식이 완성되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맛도 뒤지지 않는다. 라면의 변신을 보면 더욱 놀랍다. 기호에 따라 첨가되는 마늘, 파, 고춧가루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고 계란, 치즈, 새우, 김치, 햄 등을 넣으면 그럴듯한 요리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완벽한 음식은 전세계에서 유일해 보인다. 나 또한 라면의 유혹에 상당히 빠져버렸다. 거의 매주 라면을 먹다시피 하고 학생 때 방학 기간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일주일에 3-4번까지도 먹었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그 맛에 전혀 질리지 않는다. 마지막 젓가락을 건져 올릴 때 쯤이면 아쉬울 법도 한데 돌아서면 또 먹고 싶은 라면에는 무언가 치명적 매력이 숨어 있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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