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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소개팅에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소개팅은 1-2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을 파악해야 한다. 보통의 여자들은 그 남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물어본다.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사람 같은 것들 말이다. 더 확실한 방법으로 그 남자의 물건에 주목할 수도 있다. 소매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시계, 계산할 때 꺼내든 지갑, 누구나 알만한 해외 심벌이 박힌 그 남자의 자동차를 발견하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게 된다. 이때,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를 어떻게 대변해주고 있는 것일까?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은 손목 시계이다. 이 시계는 내가 내 돈으로 구매한 첫 시계이자 내가 사용한 첫 메탈 시계이다. 물론 이 시계는 명품은 아니지만 영국의 중저가 제품으로 수십만원으로 나는 구매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했다. 구입 한지 3년 가까이 되었는데 거의 매일을 차고 다녔다. 처음엔 메탈 시계가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왼쪽 손목에 시계가 없다면 허전할 것이다.
난 요즘 글쓰기에 푹 빠졌다. 학창시절에는 독후감 쓰기는커녕 일기를 쓰는 일도 매우 벅찼던 내가 글쓰기가 취미라니 스스로도 놀랍다. 이런 나의 변화에는 인터넷의 사용이 한 몫 했다.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나만의 홈페이지를 갖게 되었다. 그 곳에 이것 저것 글을 올리면서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어느덧 나는 출간의 꿈도 갖게 되었다. 글 한편을 멋지게 완성하면 창작의 짜릿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요즘은 나의 글들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힘도 얻고 있다. 이제는 하루라도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면 허전할 것이다.
나에게 분당이란 곳은 매우 특별하다. 나는 이곳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지냈다. 나의 10대를 온전히 바친 곳이다. 얼마 전, 6년 만에 내가 살던 곳에 방문한 적이 있다. 긴 세월이 무색할 만큼 대부분이 그대로였다. 살았던 아파트도 다녔던 초등학교도 교회도 약국도 서점도 문구점도 슈퍼도 분식점도 은행도 부동산 중개소까지도 ······ 많은 추억들이 떠올랐고 그때를 생각하면 꽤나 그리움이 몰려온다. 분당에서의 기억을 지워버린다면 내 인생이 무척 허전할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축구선수 박지성에 주목하게 된 건 월드컵이 막 끝난 어느 고등학교 조회 시간 때였다. 박지성 선수에 관한 미니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실로 놀라웠다. 그는 체구가 작고 축구선수로서는 매우 불리한 평발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다른 선수들 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비록 국내 프로 축구팀에서는 외면 당했지만 일본 프로 축구팀에서 가능성을 보여 히딩크 감독의 지목까지 받고 월드컵 대표 선수가 되었다. 그 후, 네델란드 아인트호벤을 거쳐 잉글랜드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무려 7년간 뛰었다. 그는 세계적인 스타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만의 장기인 성실함으로 그라운드를 쉼 없이 뛰어 다니며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나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화려함만이 전부가 아닌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승부하자!’ 만약 내가 박지성 선수를 알지 못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나열해 보니, 이것들에는 내가 정말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이 나를 모두 대변해 주지는 않겠지만 나를 이해하는 데는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나의 이야기는 끝났다. 당신이 나의 애프터 신청에 답을 해 줄 차례이다.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그것들에 대한 추억을 듣고 싶습니다. 댓글로 이야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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