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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들어 유난히 사건 사고가 늘었다. 세월호 침몰은 좀처럼 보기 힘든 초대형 참사였다. 이 외에도 지하철 추돌, 지하철 환풍기 추락 등 다소 황당한 사고들도 발생했다. 이후 대한민국 전체에 안전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내가 다니는 회사 내에서도 안전 의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복도 기둥 마다 비상시 대피 경로를 큼지막하게 표시한 표식이 등장했다. 그리고 '소방대피훈련'이란 것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소방대피훈련'의 시작은 누군가 '불이야'를 외치면서 시작된다. 그러면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지정된 대피 장소로 대피를 해야 한다. 비상 상황을 대비하여 대피조도 조직되어져 있는데 대피 시에 대피조 각 1번이 대피 인원 등의 대피 상황을 환경안전 담당자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대피장소에 사람들이 모두 도착하면 인원 파악을 하고 보고된 인원과 일치하면 '소방대피훈련'은 모두 끝나게 된다. 할일이 산더미지만 특별한 예외 상황이 없다면 모두 참여해야 한다. 그렇다고 일을 줄여주는 것도 아니니 훈련은 상당히 귀찮은 존재이다.

  갑자기 회사의 '소방대피훈련' 이야기를 꺼낸 것이 의아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연평도 사격 훈련 소식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나의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지난 21일, 연평도 포격 도발 4주기를 앞두고 연평도에서는 사격 훈련이 펼쳐졌다. 연평도는 지역 특성상 우리 군과 북한에서 수시로 포 사격 훈련을 하는 곳이다. 4년 전,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는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이전에는 없던 훈련 안내 방송이나 대피 방송을 시작했다. 방독면, 화장실, 비상 진료소, 취사실, 비상 식량 등이 구비된 신형 대피소도 새로 생겼다. 이는 1400여명의 주민 전원이 사흘동안 생활할 수 있는 규모이다. 그런데 21일 훈련 시에 대피소에 모인 사람의 수는 100여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10%도 안되는 참여율을 보여준 것이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조선일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아니 연평도 포격 도발 전에는 대피소로 달려가는 사람이 거의 없긴 했다. 그런데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2011년 사격 훈련 때에는 1000명 정도가 훈련 때마 대피소에 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3년 만에 무엇이 달라진걸까? 주민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먹고 사는 일, 생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21일에 있었던 대피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 속 불안은 여전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앞서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들도 나처럼 훈련이 귀찮았던 것 같다.

  연평도 주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100% 알 수는 없을지 모른다.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격 훈련 시 대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4년 전과 최근의 사고들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 사고들로 깨달은 것은 안전에 대한 의식을 항상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나 뿐 아니라 모두가 같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는 않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을 조심하고 경계 태세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해 두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훈련 참여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나도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훈련에 볼멘소리를 내면서도 진지하게 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 내의 훈련은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긴 하다. 어째든 훈련에 참여했기에 안전 사고 시 대처법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평도 주민들도 훈련을 실전같이 진지한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다.

  감히 내가 무엇이라고 연평도 주민들께 '이래라 저래라' 하냐는 꾸지람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변하지 않는 진리를 말하고 싶었다. 이 진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마치 공기와 같아서 우리 모두 쉽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사고가 터졌을 때야 깨닫는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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