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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과 한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울음이 나올법한 시기 때부터 우리는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게 왜 그리도 많을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때부터 '돈이 최고'라는 인식을 머리 속에 담고 살게 되었던 듯 싶다. 이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돈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무의식 속에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모범 답안이 되어 버렸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라는 방법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돈에 대해서는 조금 특별했다. 부모님이 슈퍼에 가서 케찹 하나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면 다양한 종류의 케찹들의 단위 그램 당 가격을 계산하여 가장 저렴한 제품을 사올 정도였다. 그렇게 '잘 샀다'는 말을 들으면 뭔가 뿌듯함이 느껴졌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도 최대한 아끼고 아꼈다. 무언가를 사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몇 푼 안되는 돈이지만 조금씩 모으면 내 자산도 늘어난다는 생각 뿐이었다.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었으니까.

  대학생 때부터는 그렇게 모은 돈을 통장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금 후에는 꼭 통장 정리를 하곤 했다. 늘어난 통장 잔액을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주식 계좌를 개설하게 되었다. 이모께서 얼마 안되지만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나한테 넘겨 주시겠다는 말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주식 거래 방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고 관련 서적을 찾기 시작했다. 낯선 용어들에 어려움도 느꼈지만 단기간 안에 많은 돈을 벌기에는 가장 쉬워 보였다. 결국 통장에 있는 돈 10만원을 주식 계좌로 옮기고 주식 몇 주를 구입하고 말았다.

  1분 ... 아니 10초 ... 아니 1초 마다도 변하는 주식 가격에 신기함과 동시에 불안감이 몰려왔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컴퓨터에 주식 창을 켜 놓으면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처지까지 왔다. 어찌됐건 다행히도 내가 산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서 나는 주식에 재미를 붙이게 됐는데 그게 화근이 됐다. 주식 투자 금액을 수 십 만원에서 수 백 만원으로 늘렸는데 때마침 미국발 경제 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미국의 투택 담보 대출 상품)' 위기가 덮치면서 국내 주가까지 덩달아 곤두박질 친 것이다. 당연히 내가 가지고 있던 주식도 ....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그 사건 이후로 뉴스, 신문 등에서 '주식'이란 글자만 봐도 치가 떨렸다. 그렇게 나는 당분간 주식에서 멀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 쟁이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1년 간은 예금, 적금 이외에 돈을 모으기 위한 어떠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모범 답안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돈을 예적금으로 묶어 두는 것 만으로는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지난 과오를(물론, 내 책임보다는 미국 경제부 장관의 책임이 크지만) 범하지 않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무료 재무 설계라는 것도 받아보고 휴가를 내어 은행 3-4곳을 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마치 미리 써 놓은 대본을 읽듯이 말이다. 아직 젊기 때문에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위험성 높은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때문에 예적금은 최소인 10-20%만 활용하고 펀드와 더불어 연금 저축, 연금 보험, 변액 유니버셜이라는 알 듯 말 듯 모호한 상품 투자를 권유했다. 적당한 인터벌을 두면서 '고객님께 꼭 필요한 상품'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민하다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상담을 받으면서 느낀 거지만 우리나라 금융 상품은 참으로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것인데 투자를 하면서도 '내가 돈을 벌고 있는 건지, 까먹고 있는 건지' 알기가 쉽지 않다. 어떤 상품은 매년 이율이 바뀌기도 하고 어떤 상품은 선취 수수료를 떼고 어떤 상품은 만기 때 수수료를 떼고 어떤 상품은 만기 때 일시불로 돈을 받고 어떤 상품은 만기 후 매월 연금식으로 돈을 받고 등등.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떤 상품이 내게 최적화 된 상품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전문가의 말만 믿고 선뜻 투자하기도 어렵다. 그 전문가란 사람들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유리한 상품을 투자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수수료가 많은 상품 말이다. 특히 '연금 저축, 연금 보험, 변액 유니버셜' 등 일종의 보험 상품에는 떼가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그 수수료 들을 계산해 보면 오히려 예적금만도 못 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들 상품은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 상품인 경우가 많은데 일반 서민들이 돈을 장기로 묶어 두기가 쉽지 않다는 맹점도 있다.

  결국, 나는 돌고 돌아 다시 예적금 만으로 재테크를 실천하기로 했다. 결코 돈을 잃을리 없고 1년 마다 얼마의 수익금이 생기냐는 관점에서 이보다 확실한 투자 방법은 없다.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방식을 택할 것이다. 지난 나의 투자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가장 확실한 재테크는 돈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여러분은 재테크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현재의 방법으로 돈 좀 많이 버셨는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재테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댓글로 이야기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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