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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라는 것이 여성의 전유물인 시대는 갔다. 서점에 가면 놀랄만큼 남성 잡지의 수가 많다. 특히 내가 즐겨보는건 패션 잡지이다.


  내가 처음 남성 잡지를 접한건 군대에서다. 뜻이 맞는 몇명과 돈을 모아 매달 1~2개씩 구입했었다. 당시엔 잡지 보는 법이 익숙치 않았다. '그림 몇개 있는게 참 비싸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두꺼운 잡지도 1시간이 채 안되서 다 해치워 버렸다. 그래도 내겐 잠시동안 시간을 때우기에 좋은 도구였다.

  제대 후에도 이따금씩 잡지를 구입했다. 옷 좀 사고 싶은데 무엇을 살지가 고민일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잡지에 나온건 비싸기에 비슷한걸 골라 사는 편이었다. 잡지 속 유명 브랜드 옷은 '그림의 떡'일 뿐이며 여전히 그림 위주로 보기에 순식간에 한 권을 꿀꺽한다.

  직장인이 되니 굳이 유명 메이커 제품을 카피한 옷을 사지 않아도 되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잡지에 나온 유니크한 제품을 때때로 당당하게 구입한다. 그것들이 비싼 이유는 단지 이름값뿐이 아니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고 가성비를 따져본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더라도 품질이 다르고 디자인도 특별한 것이 분명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차려 입어야 할 때가 있는데 중저가 브랜드나 보세 제품은 뭔가 맵시가 안 산다. 잡지는 내겐 코디네이터인 셈이다.

  내가 글 쓰는 사람이 된 후로는 잡지를 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페이지를 놓치지 않는다. 특히 그림보다는 글자들. 에디터의 글이 흥미롭다. 잡지 회사에 근무하는 그들은 단지 패션 감각이 뛰어날 뿐 아니라 글솜씨도 수려했다. 일상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횡설수설인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 (너무 진부한 표현 같지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과 입이 절로 벌어지는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분명 교과서를 통해 배운 것은 아닐테다. 경험이 만든 것이거나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것이 틀림 없다.

  그동안 나는 잡지를 헛 봤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이것은 1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림책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여러번 곱씹어 읽고 오랜 시간 생각도 하며 숙성의 나날을 거치면 글에 담긴 (완벽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지라도) 글쓴이의 생각이 느껴진다. 예전에 보던 것과 지금 보는 것이 똑같은 잡지인데 느낌이 너무도 다르다. 잡지의 잡은 분명 '잡다하다'의 잡이다. 잡스러운 것이 뒤섞여 너저분한 것 치곤 건질게 많은 것 같다.

  이제 잡지를 보면 글에 주목해야겠다. 좋은 표현은 밑줄도 그어 가며 손에 형광펜도 쥐어 볼란다. 내가 지금껏 몰랐던 사실. 잡지도 위대하다.

 

 

 

 

 


 

 

  잡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바쁘시더라도 그냥 가지 마시고 공감을 눌러주세요^^ 27번째 물음 ... 위대한 잡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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