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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5일에 개봉한 영화 <베테랑>을 이제야 봤다. 개인적으로 <베테랑> 대신 <암살>을 보면서 <베테랑>은 어설픈 코미디물일 거라고 평가 절하했었는데 관객수가 점점 늘더니 천만 영화인 <암살>을 누르며 나를 충격에 빠트렸다. 실제로 관람한 주변 사람들의 평도 너무 좋아 그 호기심을 도무지 참지 못하고 추석 연휴에 가족을 이끌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개봉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영화답지 않게 저녁 6시 영화는 '매진'이 되었다.

  영화 <베테랑>은 재벌들에 맞서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결국 끝까지 물고 늘어진 형사들이 재벌에 판정승을 거두면서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해 준다. 억지스러운 연출도 없고 몰입감 높은 전개로 상영시간 내내 지루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영화의 재미가 항상 좋은 평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베테랑>은 지금 우리 사회에 있을 법한 재벌들의 특권 의식과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화물 운송 기사) 문제를 수면 밖으로 끄집어 냈다. 결론도 사회 정의가 승리하는 바람직한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영화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재벌과 경찰의 보이지 않는 유착 관계는 생각보다 끈끈하여 단절시키기 어렵고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그것을 캐내려는 경찰도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하면서도 한 편으로 씁쓸함이 남았던 이유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요즘엔 영화가 단순히 사회현상을 말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더 나아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어야 한다. 영화에 대한 판단 기준이 좀 더 엄격해진 상황에서 <베테랑>은 몇 프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재벌들의 갑질 문제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10점 만점에 8점 정도밖에 못 줄 것 같다.

  뒤늦게 <베테랑>이 영화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란 것을 알았다. <베를린>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화였지만 다소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화려한 출연진으로 관객들을 어느 정도 영화관으로 이끌긴 했지만 분위기가 무겁고 인물과 배경이 복잡하여 내용의 이해가 쉽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 이와 비교하면 <베테랑>은 관객에게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이다. 남녀노소 누가 봐도 부담 없고 실컷 웃을 수도 있다. 그 결과,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 마냥 웃고 즐기기에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거침없이 보여줬고 현실과 다른 영화의 결말에 찝찝함을 남기고 극장을 빠져나와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희망적인 부분은 <베를린>에서 <베테랑>으로 발전한 만큼 류승완 감독의 다음 영화는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다. 바다 위나 사막에서 대기의 밀도가 층층이 달라졌을 때 빛이 굴절하면서 멀리 있는 물체가 거짓으로 보이는 현상을 신기루라고 한다. 류승완 감독이 다음 영화를 통해 신기루를 걷어내고 실체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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