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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된 결과였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다. 7월 3일 오전 10시, 대한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의 경질 없이 예정된 임기인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은 월드컵을 준비하기에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단 것이 그 이유다.

 

 


 

  맞는 말이다. 애초부터 시작이 잘못 되었으니 결과가 좋을리 만무한 것이었다.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 축구 감독은 2번이 바꼈다. 2010년 7월 20일, 남아공 월드컵 직후에 조광래 감독이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되었다. 그러나 성적 부진과 함께 축구 협회와의 불화설이 나돌면서 2011년 12월 7일에 경질되었다. 그리고 후임으로 최강희 감독이 선출되었다. 여기서 축구 협회의 일 처리가 한차례 삐꺽 거렸다.  최강희 감독은 여러차례 국가 대표팀 감독 자리를 고사했지만 협회의 끈질긴 설득으로 수락했다. 취임하면서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오르면 그만 두겠다는 단서를 덧붙인 상태에서 말이다. 이는 지켜졌고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이 물러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축구 협회는 월드컵이 1년도 채 안남은 2013년 6월 25일, 지금의 홍명보 감독이 선택되었다.

  그때까지 홍명보의 지도자 실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였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쾌거를 거둔 것은 온 국민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홍명보가 대표팀 감독으로 적합하냐는 여론에는 이견이 있었다. 국내 감독 보다는 외국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히려 힘을 얻었다. 그러나 협회는 국내 감독을 고집했고 결국 홍명보에게 폭탄이 돌아갔다. 그러나 원칙을 깨는 선수 선발 등의 많은 논란 속에 16년 만에 월드컵 무승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번 월드컵의 실패의 책임이 누구인가는 명확하다. 홍명보 이전에 축구 협회의 잘못이 크다. 어제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도 허정무 부회장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특별히 책임을 지거나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 전이 끝나고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다시 한번 본인의 의사를 무시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왔다. 협회는 이번 월드컵의 실패의 책임을 홍명보 감독이 혼자 떠 맡으며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계속 끌고 가는 것은 이미 죽은 사람에게 확인 사살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본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선수로서 참가하여 4위를 했던 경험과 2012 런던 올림픽 지도자로서 동메달을 한국팀에 안긴 홍명보는 한국 축구의 중요한 자산이다. 이런 소중한 자산을 쉽게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만약 월드컵 실패했지만 연이어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아시안컵 마저 실패로 끝난다면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혹시 모르겠다. 6개월 뒤에도 '홍명보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짧았다'라고 말할지도. 그렇지만 국민들은 그리 오래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아시안컵 마저 초라한 성적표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더 큰 반대 여론이 쏟아질게 분명하다. 다시 한번 독이 든 성배를 들게 된 홍명보 감독이 해독을 잘 시켜 축구 협회의 믿음에 보답할까? 홍명보의 책임감이 더 막중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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