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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란 것이 기대만큼 만족을 주기가 참으로 힘들다. 예고편을 보고 잔뜩 기대했는데 그게 전부인 탓에 관람 전 평점보다 관람 후 평점이 낮은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영화 관람 전, 예고편을 최대한 보지 않고 줄거리와 출연진들 위주로 살피는 편이다. 영화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과 조진웅의 만남이 눈에 띄었다. 특히 조진웅! 뺑소니 사건의 모든걸 알고 있는 정체 불명의 목격자라는 역할을 너무도 잘 해낼 것 같았다. 그래서 개봉 전부터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다.

 

 

 

 

 

  영화 <끝까지 간다>는 무려 111분이란 러닝 타임의 영화다. 보통 100분이 넘어가는 영화는 지루하기 마련인데 <끝까지 간다>는 시종일관 몰입감과 긴장감을 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범죄, 스릴러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영화 <끝까지 간다>는 기본적 요소를 충실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군더더기가 없고 여러가지 요소를 영화에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시작 후 60분 정도는 조진웅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처음부터 형사 이선균(고건수 역)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는 매우 바쁜 형사같아 보였다. 어머니의 상을 당하고 입관을 앞두고 있음에도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해야만 했다. 그리고 바로 사건이 터진다. 사람을 친 것이다. 그 와중에 비리 혐의로 내사를 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당황한 형사 이선균은 시체를 차 트렁크에 싣고 도주한다. 설상가상으로 음주운석 단속을 당한다. 상주였던 이선균은 아마도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 같다. 같은 형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음주운전 단속을 하던 이들이 그가 형사임을 믿지 않자 난동을 부린다. 영화는 형사 이선균을 최대한 찌질한 사람으로 몰아가는데 성공했다.

 

  이선균은 교통사고로 발생한 시체를 어머니의 관 속에 몰래 넣는다. 이를 위해 고군 분투하는 모습 속에 감독은 약간의 재밌는 요소를 넣었다. 이선균이 끊임없이 '엄마, 미안해'를 연발하는 모습이나 못이 박힌 관을 힘겹게 다시 열어 시체를 넣고 다시 못을 박았는데 안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리는 모습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영화관 안을 웃음 바다로 만든다. 이런 분위기는 영화 다른 장면에서도 곳곳이 발견되는데 영화 <끝까지 간다>를 높이 평가하고 싶은 대목이 이것이다. 범죄형 스릴러 영화들은 어쩔 수 없이 잔인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 영화 또한 '왜 청소년 관람 불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성인인 내가 보기에도 아찔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이런 장면들이 보다 현실에 가깝게 만드려는 감독의 의도이고 관람하기에 거북스럽지 않게 만들기 위해 감독은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삽입하였고 그것은 절묘했다고 평하고 싶다. 물론 전작이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코미디 영화였던 김성훈 감독에게는 쉬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이런 장면들에서 조차도 긴장감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 부분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시체를 영안실 안으로 옮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철저하게 코믹적인 부분은 영화의 양념으로만 사용했다.

 

 

 

  영화 <끝까지 간다>는 디테일을 살리며 억지스러운 결말도 만들지 않았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고 당시의 cctv 화면, 그날 이선균의 과속으로 인한 범칙금 통지서가 만든 사건은 영화 안의 복선을 잘 이용한 결과물이다. 특히 거의 마지막 씬에서 이선균과 조진웅이 작은 집 안에서 혈투를 벌이고 권총으로 인해 사건이 종결되는 부분도 예상 가능했지만 서둘러 영화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나는 영화 <끝까지 간다>를 보면서 한국형 스릴러의 바람직한 방향을 확인한 듯한 기분을 받았다. 스릴러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약간의 유머코드를 섞으며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장르물을 탄생시켰다. 세계 경쟁력도 충분히 갖출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반증하듯 영화 <끝까지 간다>는 제67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인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외국 영화 <엑스맨>과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밀리는 양상이다. 6월 9일 기준으로 5월 22일에 개봉한 <엑스맨>은 390만명, 6월 4일에 개봉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도 200만명이 넘었는데 5월 29일에 개봉한 <끝까지 간다>는 150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만만치않은 경쟁작들이지만 저평가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SF 영화에 관심이 없다면 <끝까지 간다>에 눈을 돌려봐도 좋을 것이다.

 

 


끝까지 간다 (2014)

A Hard Day 
8.7
감독
김성훈
출연
이선균, 조진웅, 신정근, 정만식, 신동미
정보
범죄, 액션 | 한국 | 111 분 | 2014-05-29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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