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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2월 21일 새벽 3시 46분. 대한민국의 김연아가 24명 중 24번째로 빙판에 올랐다. 현역 선수로서는 마지막 무대. 김연아는 그동안 연습했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벤쿠버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부담이 있었지만 김연아는 모든 것을 이겨냈다. 점프 실수 없는 완벽한 클린 연기였다. 숨죽이며 김연아의 연기를 봤던 나는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웃을 수 있었다.

  모두가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녀의 연기가 끝나자, 외신들도 한결 같이 찬사를 보냈다. 역시, 김연아였다! 그러나 김연아는 심판까지 매혹시키지는 못했다. 자국 선수를 향한 지나친 점수 퍼주기란 논란 끝에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깊은 한숨이 나왔다. 김연아는 은메달에 그쳤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김연아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너무도 담담했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스럽고 제가 잘한 것으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비록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녀는 지난 몇 년동안 우리를 너무도 행복하게 만들어 줬다. 대한민국은 피겨의 불모지였다. 많은 국민들은 김연아 덕분에 피겨 스케이팅을 보게 되었고 그 매력도 알게 되었다. 4년 전, 벤쿠버 올림픽에서는 김연아의 경신한 세계 최고점인 228.56점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대회를 끝으로 김연아는 은퇴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오랜 고심 끝에 깜짝 선언을 한다. 선수 생활을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지 연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선택에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다. 김연아는 대한민국의 피겨 스케이팅 발전을 위하여 후배들에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김연아는 2014 소치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대한민국에 안겼다.

 


  김연아는 타고난 피겨 스케이터였다. 7살 때 처음 피겨를 시작한 그녀는 매년 놀라운 실력 향상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연아는 그녀의 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그때마다 문득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 포기하면 안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99도까지 열심히 올려 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끊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이 순간을 넘어야 그 다음 문이 열린다."
  이런 그녀의 고된 훈련이 그녀를 강한 멘탈의 소유자로 만들어 주었다. 나 또한 그녀의 멘탈이 참으로 부럽다. 수많은 압박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늘 보여왔다. 실전에 정말 강한 그녀였다. 발표만 하면 매우 떠는 내가 매우 닮고 싶은 부분이다.

  김연아를 사랑했기에 그녀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각이 난다. 프리 '세헤라자데', 쇼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 프리 '오마주 투 코리아', 쇼트 '뱀파이어의 키스', 프리 '레 미제라블' 등등.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쇼트 '죽음의 무도'(2008-2009 시즌), 프리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2009-2010 시즌), 프리 '아디오스 노니노'(2013-2014 시즌)이다.

 


  김연아는 이제 빙판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 그녀를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 그녀의 명품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은 불행하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전해준 행복만으로도 너무나 과분했다. 

 이제 그녀의 소원대로 그녀를 불러주면 된다. "그냥 무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아니라 김연아라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아디오스 김연아, Thnaks to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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